의사의 자격
학창 시절부터 의사를 꿈꿔온 이윤세 교수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이런 고민을 한다.
‘나는 의사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무게감이 사춘기 소년을 멈칫하게 만든 것이다. 그때 한 의사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남이 아픈 걸 볼 때 같이 마음이 아프면 그건 의사를 할 자격이 있는 거야”
이후 그는 망설임 없이 의대에 진학했고, 환자의 아픔을 공유하는 의사가 되었다. 이윤세 교수의 전문 분야는 이비인후과. 그 중에서도 갑상선과 두경부에 생기는 질환을 전문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특히 소아 질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어린 아이가 제대로 숨 쉬지 못하고 잘 먹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면 자꾸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적을 만들어내는 힘
그의 병원 내 홈페이지 소개글에는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묻자 “이건 경험에서 나온 얘기인데요.” 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치료가 힘든 병을 얻은 환자들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일반병실에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경험을 의외로 많이 했다고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 치료가 잘 될 거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믿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불신의 벽이 생기면 방어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서로를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다 보면 안될 줄 알았던 병이 기적적으로 낫기도 한다.
얼마 전 그는 산전 진단을 통해 태아의 기도가 좁아진 것을 발견하고 제왕절개로 아기를 꺼내 기도를 수술하는 고난이도의 수술을 해냈다. 전세계적으로도 드문 케이스이며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굳은 믿음 때문이었다. 결국 기적을 만드는 것은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생각하는 긍정의 힘이며, 이런 경험이 의외로 많았다고 말한 것은 그가 환자들과 단단한 신뢰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심을 전하는 법
환자를 진료할 때 보호자들에게 종종 “선생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는 질문을 듣곤 한다.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진료하는데, 이런 질문을 들으니 처음엔 불쾌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이 질문 속에 ‘진심으로 내 가족을 걱정하고 있느냐’는 물음이 들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늘 환자와 보호자에게 외래 시간 외에도 불편하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이야기한다.
종합병원의 특성상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수의 환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환자의 방문이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환자가 의료진을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도움을 주는 것이 그가 가족들만큼이나 환자를 걱정하고 있다는 진심을 전하는 방법이다.
두경부 환자의 특성상 언제든지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그의 핸드폰은 24시간 대기 중이다.
언제나 환자를 생각하고 항상 환자를 위해 대기하며 자신이 하는 일이 귀찮거나 힘든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환자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 AMC IN(人) 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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